1. 집중력은 도둑맞고 있었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단순한 자기 계발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돌리는 기존 담론을 비판하며, 사회 구조와 기술 환경, 교육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집중력’이라는 인간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침식시키는 근본 원인을 파헤칩니다. 저자는 직접 3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교육자 등을 만나고, 자신이 실제로 겪은 문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 책은 결국 질문합니다. 우리는 왜 집중할 수 없게 되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되찾을 수 있을까?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집중력’은 단순히 약해진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빼앗긴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기반의 콘텐츠 구조는 우리의 주의를 끊임없이 분산시킵니다. 하리는 이러한 기술 환경이 단순히 중독을 유발하는 수준을 넘어, 집중력 자체를 파괴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닙니다.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빅테크 기업의 전직 엔지니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플랫폼 자체가 사용자의 주의를 붙잡기 위해 설계되었음을 폭로합니다. 이 구조는 우리의 뇌가 깊은 몰입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막으며, 인류 전체의 사유 능력, 창의성, 심지어 민주주의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의지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과 사회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우리의 주의를 빼앗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리는 “집중력은 훔쳐졌다”고 주장하며, 책임의 초점을 개인에서 구조로 이동시킵니다.
2. 문제는 나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합니다. 그러나 하리는 이 책에서 분명히 말합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집중력의 상실은 사회적 질병이며,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예컨대, 하리는 교육제도의 변화를 지적합니다. 아이들의 학습은 깊은 몰입보다 테스트와 성적에 집중하도록 훈련되고 있으며, 이는 본질적인 ‘생각의 시간’을 앗아갑니다. 또한, 일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고, 여유나 지루함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회 구조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집중 리듬을 붕괴시킵니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위로를 받습니다. 나만 집중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 전체가 집중을 방해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문제의 책임을 전환시키는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줍니다.
학교, 직장, 가정 등 거의 모든 현대 사회의 시스템은 깊은 몰입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그 결과 인간은 사고의 깊이를 잃고, 피상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존재로 퇴화되고 있습니다.
3.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제안들
책의 후반부에서 하리는 단지 문제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안합니다. 그는 12가지 원인을 바탕으로 각각의 대응 방법을 탐색하며, 그중 몇 가지는 독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만큼 실용적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줄이기, SNS 알림 끄기, ‘디지털 디톡스’와 같은 개인적 실천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하리는 기술 회사들의 설계 구조를 바꾸는 집단적 행동의 필요성도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히 “당신이 더 노력해라”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집중을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실천은 마치 환경 운동처럼, 개인의 실천과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필요함을 일깨웁니다. 하리는 독자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를 묻습니다.
하리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개인적 실천뿐 아니라, 사회적·정책적 차원의 개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라 주의력 회복을 위한 집단적 운동에 가깝습니다.
4. 산만함 너머로 건너가기 위한 첫걸음
『도둑맞은 집중력』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인간성을 침식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입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집중력 부족을 나만의 문제로 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깊이 사유하고, 몰입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회복하고 싶어 집니다.
요한 하리는 희망을 말합니다. 우리는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고, 기술을 인간 중심으로 설계할 수도 있으며, 더 느리고 깊이 있는 삶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입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산만한 시대 속에서 우리가 다시금 자기 삶의 리듬을 돼찾을 수 있는 철학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첫걸음이 되 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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