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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할 수 없는 진실을 껴안는 법 – 구의 증명

by 민트웨일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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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도서 사진
첨부 사진 : 교보문고

 

1. 상실 이후, 고통을 증명하는 방식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라는 이름의 인물과 그를 바라보는 화자의 여정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 이해의 실패마저 감싸안는 연대를 말하는 작품입니다. 소설은 재난 이후 서울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상실과 죄책감, 분노, 소외를 겪는 이들이 자신과 타인의 삶을 껴안는 과정을 조용히, 그러나 뼈아프게 그려냅니다.

 

표면적으로는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작가는 증명이라는 단어가 지닌 냉정한 논리 대신, 감정의 결을 따라 독자를 이끈다.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가? 증명은 가능한가?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구의 증명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고독과 불완전함을 마주하게 합니다.

소설의 중심에는 가 있다. 그의 실종과 죽음, 그리고 그에 얽힌 폭력과 침묵이 서서히 밝혀집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단순한 도식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남겨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구를 기억하고, 이해하고, 고통을 증명하려는 시도입니다.

 

화자는 구와 함께 보낸 중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의 삶을 다시 읽어 내려갑니다. 구가 겪은 따돌림, 무시, 폭력, 그리고 그것을 외면했던 자기 자신까지. 그녀는 죄책감 속에서 진실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은 명확한 해답이 아니라 '공명'입니다. 고통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으며, 증명은 단죄가 아니라 공감과 직면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2. 폭력과 침묵의 공모: 우리는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가

구의 증명은 학교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은밀한 폭력과, 이를 묵인하는 사회의 구조를 조명합니다. 구가 받은 괴롭힘은 명백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을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하는 어른들과 주변 인물들의 침묵입니다.

폭력은 더 이상 주먹질이나 욕설의 문제가 아니다. 존재를 지워버리는 방식, 말하지 않음으로써 너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방식의 폭력이 지배합니다. 최진영 작가는 이러한 무관심과 방관의 풍경을 절제된 문체로 묘사하며, 독자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구와 같은 이들을 보지 않으려 했는가?

 

3. 증명이 아닌 기억으로 남는 삶

소설은 진실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야기의 끝은 새로운 시작을 향합니다. 화자는 더 이상 구의 죽음을 증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구가 살아있던 기억과 그의 고통, 그리고 그의 존재를 잊지 않으려 애씁니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삶의 윤리일 것입니다.

 

구의 증명이 택한 방식은 냉혹한 결론이 아니라 다정한 연대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기억하고, 응시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증명이 아니라 존중으로 설명하며, 독자에게 타인의 아픔을 기꺼이 껴안는 자세를 요청합니다.

 

4. 문장과 시선 :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

작가의 문장은 격하지 않다. 극적인 상황조차 담담히 서술하며, 과장되지 않은 표현 속에 묵직한 감정을 숨겨둡니다. 이러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인물의 감정에 서서히 물들게 합니다. 눈물을 강요하지 않지만, 어느새 울게 되는 그런 글입니다.

 

특히 의 관계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쌓인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트에서 간식을 고르고, 버스에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보는 순간들이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말하는 인간의 진짜 증명일지도 모릅니다.

 

5. “증명할 수 없는 진실이 더 많다

구의 증명은 증명의 언어로는 담을 수 없는 감정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지나쳤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를 지나쳐 왔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말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했던 마음, 그 마음 자체가 가장 깊은 증명이라고. 그리하여 이 책은 고통의 증명이자, 이해의 시작이며, 무엇보다도 잊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6. 내가 생각하는 구의 증명

. 상실과 고통을 증명하려는 시도

소설의 중심은 친구 의 죽음과 그에 대한 화자의 기억이다.

단순히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실체를 받아들이는 감정적 여정이 중심에 있다.

증명은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기억과 공감을 통해 가능한 과정으로 그려진다.

화자는 의 삶을 돌이켜보며 자신의 외면과 침묵을 직면하고 반성한다.

 

. 침묵과 방관이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

구가 겪은 괴롭힘보다 더 무서운 건 주변의 무관심과 침묵이다.

폭력은 때릴 때만이 아니라, 존재를 지우고 무시할 때도 발생한다.

학교, 교사, 친구들이 방관하며 만들어낸 분위기는 구를 더욱 고립시켰다.

작가는 이를 통해  당신은 얼마나 많은 구를 외면해 왔는가?”라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함께할 수는 있다

이 작품은 타인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고 공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화자는 구의 진심을 완벽히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픔을 함께 안고 가는 법을 배운다.

작가는 연민과 위로를 통해, 이해보다는 존중과 연대의 윤리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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