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피어나는 언어 — 희랍어 시간
1. 침묵과 상처의 언어한강의 『희랍어 시간』은 침묵과 상처, 언어의 경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작가 자신의 내면을 담은 산문으로, 삶의 결, 고통의 흔적, 언어에 대한 끝없는 사유를 담담하고도 시리게 그려냅니다. ‘희랍어’라는 먼 언어는 단순한 학습 대상이 아니라, 말의 기원을 되묻고 존재의 본질을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처럼 작용합니다. 『희랍어 시간』은 언어 이전의 감각, 말로는 다다를 수 없는 고통을 탐색하는 책입니다. 작가는 책 곳곳에서 말합니다. “나는 말할 수 없었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 고백은 단지 과묵함의 표현이 아니라, 인간이 겪는 고통이 언어로 환원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한강은 어머니의 죽음, 가족의 상처, 사회적 폭력과 억압, 그리고 스..
2025.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