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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지키며, 나를 지킨 시간"-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1. 예술의 힘과 일상 속 치유《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단순한 직업 에세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상실과 고통을 예술을 통해 어떻게 이겨내고, 그 속에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섬세한 여정입니다. 저자 패트릭 브린리는 형의 죽음이라는 큰 충격을 겪은 후, 치열한 언론계에서 벗어나 고요한 공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지만, 그는 이곳에서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그는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작품 앞을 지키지만, 그 시간들이 결코 반복되는 일상으로만 채워지지 않습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앞에서는 시간과 인간의 덧없음을 생각하고, 고.. 2025. 5. 30.
현대인의 삶 전반을 조망하는 깊이 있는 소설 – 모순 1. 삶의 이중성과 인간 내면의 모순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제목 그대로 ‘모순’이라는 인간의 내면과 삶의 양면성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주인공 안진진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며 독자는 인간관계, 가족, 사랑, 가치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소설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감정과 상황의 모순을 사실적이고도 섬세하게 풀어낸 인생 소설입니다. 안진진은 스물넷의 평범한 청년이자,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해 가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소외된 어머니, 도덕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오빠와의 관계 속에서 갈등과 혼란을 겪습니다. 그러나 그 갈등은 단순한 가정불화나 개.. 2025. 5. 30.
기억으로 남는 존재, 말하지 못한 진실 – 『작별하지 않는다』 1. 역사적 폭력과 침묵의 상처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제주 4·3 사건을 중심으로, 분단과 국가 폭력, 상처 입은 존재들의 침묵과 기억을 고요하게 응시합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에서 보여주었던 인간의 고통에 대한 민감한 통찰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더욱 차분하고, 섬세하며, 기록과 기억 사이의 간극을 조심스럽게 메우려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제주 4·3 사건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해방 이후 이념 갈등과 분단 체제, 그리고 국가권력의 억압 속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지만, 그것을 말하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였고 위험 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처럼 말해질 수 없었던 역사를 향해 조용히.. 2025. 5. 29.
“죽음보다 더 오래 남는 것” – 『소년이 온다』를 읽고 1. 국가 폭력과 인간성의 파괴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쉽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말해지지 않아서는 안 되는 진실 사이에서 독자를 멈춰 세웁니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 냅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의 재현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기억, 그리고 문학이 감당해야 할 책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열다섯 살 소년 ‘동호’입니다. 그는 군인의 총탄에 쓰러진 시신들을 수습하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울음을 지켜보며, 점차 죽음이라는 공포와 슬픔의 한가운데로 빠져 듭니다. 동호는 끝내 군인의 총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그의 시선은 소설.. 2025.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