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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 남는 존재, 말하지 못한 진실 – 『작별하지 않는다』 1. 역사적 폭력과 침묵의 상처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제주 4·3 사건을 중심으로, 분단과 국가 폭력, 상처 입은 존재들의 침묵과 기억을 고요하게 응시합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에서 보여주었던 인간의 고통에 대한 민감한 통찰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더욱 차분하고, 섬세하며, 기록과 기억 사이의 간극을 조심스럽게 메우려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제주 4·3 사건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해방 이후 이념 갈등과 분단 체제, 그리고 국가권력의 억압 속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지만, 그것을 말하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였고 위험 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처럼 말해질 수 없었던 역사를 향해 조용히.. 2025. 5. 29.
“죽음보다 더 오래 남는 것” – 『소년이 온다』를 읽고 1. 국가 폭력과 인간성의 파괴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쉽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말해지지 않아서는 안 되는 진실 사이에서 독자를 멈춰 세웁니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 냅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의 재현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기억, 그리고 문학이 감당해야 할 책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열다섯 살 소년 ‘동호’입니다. 그는 군인의 총탄에 쓰러진 시신들을 수습하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울음을 지켜보며, 점차 죽음이라는 공포와 슬픔의 한가운데로 빠져 듭니다. 동호는 끝내 군인의 총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그의 시선은 소설.. 2025. 5. 29.
존엄을 향한 침묵의 저항 — 『채식주의자』를 읽고 1. 존엄은 ‘정상성’에 갇히지 않는다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는지를 묵직하게 묻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의 이야기가 아니라, 폭력적인 구조 속에서 짓밟히는 한 존재가 자신의 존엄을 회복하려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그립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한강이 말하고자 한 인간 존엄성의 본질은 사회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존재 자체의 가치와 자기 결정권에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혜는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합니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일종의 내면적 폭발이며, 오랜 시간 축적된 억압과.. 2025. 5. 28.
불변의 법칙(Same as Ever) : 인간의 본성과 행동의 일관성 1. 인간의 본성과 행동 패턴의 통찰력 -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과 행동 패턴을 통찰력 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총 2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인간의 심리, 리스크, 기대와 현실, 스토리텔링, 완벽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인간이 기술, 경제, 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감정, 두려움, 탐욕, 질투 같은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기술, 사회, 경제는 빠르게 변하지만, 인간의 감정(두려움, 탐욕, 질투, 희망, 불안)은 여전히 같다. 나. 예측은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통찰은 유의미하다미래는 통제할 수 없으며, 대부분의 사건은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2025. 5. 27.